무안국제공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이 본격 검토되고 있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 호남지방항공청 신설과 맞물린 명칭 변경의 배경과 전략적 의미를 알아본다.
정부와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이 무안국제공항의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공식 검토하기로 하면서 지역 사회는 물론 정치권과 항공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한 이름 변경이 아니라,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과 서남권 항공 인프라 재편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등장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그동안 공식 의제로 거론되지 않았던 명칭 변경 문제가 6자 협의체 공동 발표문에 포함되면서, 그 제안 배경과 정책적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이어지고 있다. 무안국제공항이 ‘김대중공항’이라는 이름으로 새 출발을 하게 될 경우, 이는 국내 공항 정책에서도 전례 없는 사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김대중공항 논의의 출발점, 사전협의와 6자 협의체
무안국제공항 명칭 변경 논의는 공식 회의보다 앞선 사전협의에서 처음 등장했다. 지난달 19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강기정 광주시장,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산 무안군수가 참여한 사전협의 자리에서 김영록 지사가 먼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지사는 2007년 무안국제공항 개항 당시에도 ‘김대중공항’이라는 명칭이 검토된 적이 있었으나, 지명 사용 원칙과 지역 내 반발로 구체화되지 못했다는 점을 언급했다.
당시와 지금의 가장 큰 차이는 공항을 둘러싼 환경이다. 무안국제공항은 개항 이후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접근성 부족과 노선 한계, 수요 정체 문제가 반복적으로 제기돼 왔다. 여기에 최근 여객기 사고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까지 겹치면서, 단순한 시설 개선이나 노선 확대만으로는 한계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김 지사는 공항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바꿀 필요성을 강조하며,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김대중 전 대통령의 이름을 공항 명칭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이다. 이 제안은 무안군수의 공감을 얻었고, 대통령실 역시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12월 17일 광주에서 열린 군 공항 이전 관련 6자 협의체 회의에서 정부, 광주시, 전남도, 무안군, 기획재정부, 국방부, 국토교통부가 공동 발표문을 통해 해당 내용을 공식화했다. 공동 발표문에는 무안국제공항을 서남권 거점 공항으로 육성하기 위한 호남지방항공청 신설과 함께, 무안국제공항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이는 사전 논의가 정책 검토 단계로 넘어갔음을 의미한다.

김대중공항 명칭 변경의 전략적 계산
무안국제공항 명칭을 김대중공항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의 핵심 논리는 ‘인지도’와 ‘상징성’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노벨평화상 수상자로서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공항 명칭에 그의 이름을 사용할 경우, 해외 이용객에게도 비교적 쉽게 인식될 수 있고, 서남권 관문공항이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또 다른 중요한 이유는 통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과 무안공항 통합은 필연적으로 지역 간 이해관계 충돌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이때 특정 지명을 전면에 내세우면, 공항의 ‘주인’을 둘러싼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크다. 반면 김대중이라는 이름은 호남 전체가 공유하는 상징에 가깝기 때문에, 광주와 전남, 무안 사이의 불필요한 감정 대립을 완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국내 공항 명칭이 모두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논의는 이례적이다. 과거 정치권 일각에서 대구경북 통합신공항을 ‘박정희공항’, 가덕도 신공항을 ‘노무현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적은 있었으나, 지역 갈등과 정치적 부담으로 구체화되지 못했다. 이에 비해 김대중공항 논의는 지방정부와 중앙정부가 함께 검토하는 단계까지 올라왔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 해외에서는 이미 사람 이름을 공항에 넣는 경우가 많이 있다. 대표적으로 뉴욕의 JFK공항과 프랑스 파리의 CDG공항이 있다. 각각 존F 케네디, 샤를 드골 전 대통령의 이름이다.

전남도는 명칭 변경이 단순한 상징 조치에 그치지 않고, 공항 활성화와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공항 브랜드 가치가 높아질 경우 국제선 유치, 항공 수요 확대, 관광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다. 특히 서해안 관문공항이라는 역할을 명확히 설정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알리는 데 명칭 변경이 하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명칭 변경 이후의 과제, 서남권 거점공항으로 가는 길
무안국제공항이 김대중공항으로 이름을 바꾼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명칭 변경은 시작에 불과하며, 실질적인 변화는 이후 정책 실행에 달려 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접근성 개선이다. 광주공항 국내선을 호남고속철도 2단계 개통 시점에 맞춰 무안공항으로 이전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는데, 이는 공항 이용 편의성을 크게 좌우할 핵심 변수다. 철도 접근성이 확보될 경우, 무안공항의 수요 기반은 광주·전남을 넘어 서남권 전반으로 확대될 수 있다.
군 공항 이전과 민간공항 통합에 따른 운영 문제도 중요하다. 군·민 공항 통합은 소음, 안전, 활주로 활용 등 복합적인 문제를 동반한다. 이를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공항의 효율성과 지역 수용성이 달라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국토교통부와 국방부, 지방자치단체 간의 역할 분담과 책임 구조가 명확히 설정돼야 한다. 호남지방항공청 신설 역시 주목할 부분이다. 이는 단순한 조직 확대가 아니라, 항공 행정의 중심을 일부라도 지역으로 분산시키겠다는 의미를 가진다. 공항 운영, 노선 유치, 안전 관리, 국제 협력까지 아우르는 전담 행정 체계가 구축될 경우, 무안공항은 명칭에 걸맞은 실질적 위상을 갖출 수 있다. 현재 호남 지역의 항공 관할은 부산지방항공청이 갖고 있다. 결국 김대중공항 논의는 이름의 문제가 아니라, 서남권 항공 정책 전반을 재설계하는 과정의 한 축으로 봐야 한다. 명칭 변경이 선언에 그칠지, 아니면 공항 기능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향후 정책 추진 속도와 실행력에 달려 있다.

무안국제공항의 김대중공항 명칭 변경 검토는 우발적인 아이디어가 아니라, 광주 군·민간공항 이전과 서남권 거점공항 육성이라는 큰 흐름 속에서 나온 전략적 선택으로 보인다. 세계적 인지도를 가진 이름을 통해 공항 이미지를 쇄신하고,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하며, 장기적으로는 공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의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이름이 바뀌는 것만으로 공항의 위상이 달라지지는 않는다. 접근성 개선, 기능 통합, 항공 행정 개편이라는 과제가 함께 해결될 때 비로소 김대중공항은 상징에 걸맞은 실체를 갖게 될 것이다. 이번 논의가 일회성 논쟁에 그치지 않고, 서남권 항공 인프라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