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정보 유출 사태가 대통령실의 대응과 대미 로비 논란으로 확산되고 있다. 셀프 조사 발표 논란, 김범석 책임 회피 문제, 미국 로비가 민주주의·공정 경쟁·국내 소비자·노동자 권리에 남기는 구조적 문제를 종합 분석한다.
쿠팡 정보 유출 사태는 더 이상 기업 내부의 보안 사고로만 보기 어렵게 됐다. 대통령실이 휴일인 성탄절에 긴급 회의를 소집했다는 사실 자체가 이번 사안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준다. 수사 대상인 쿠팡이 경찰 수사에 앞서 ‘셀프 조사’ 결과를 발표한 점, 여기에 맞물려 제기된 대미 로비 논란은 대통령실의 강한 반발을 불러왔다. 이 사태는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 기업의 책임 의식과 국가의 통제 권한, 나아가 민주주의의 작동 방식까지 건드리고 있다. 이번 글에서는 쿠팡 사태를 둘러싼 쟁점을 세 가지로 압축해 살펴본다. 첫째, 대통령실이 왜 ‘선을 넘었다’고 판단했는지, 둘째, 책임 회피 논란과 미국 로비가 어떤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는지, 셋째, 이 모든 과정이 민주주의와 공정 경쟁, 국내 소비자·노동자 권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다.

셀프 조사 발표와 대통령실의 강경 기류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쿠팡이 회의 직전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두고 “선을 넘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수사 대상인 기업이 경찰보다 먼저 정보 유출 피의자를 접촉하고, 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공개한 행위가 과연 적절했느냐는 문제다. 쿠팡은 수사기관이 아닌데 법을 농락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쿠팡의 대응을 전방위적인 ‘무마 시도’로 보고 있으며, 향후 행보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식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기업이 사실상 결론을 먼저 제시하는 방식은 수사의 신뢰성과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로 이런 방식은 “기업이 스스로 책임의 범위를 정하려 한다”는 인상을 남기기 쉽다. 이 과정에서 국민적 불신이 증폭됐다는 점도 대통령실 판단의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피해를 입은 이용자 입장에서, 수사기관의 판단보다 기업의 자체 발표가 먼저 나온 상황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국가의 사법 절차보다 기업의 설명이 앞서는 구조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는 인식이 강하게 깔려 있다.

성탄절 회의 소집, 책임 회피 논란과 미국 로비의 연결
대통령실이 휴일인 성탄절에까지 회의를 연 것은 이 대통령의 강한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알려졌다. 단순한 기업 사고가 아니라, 쿠팡의 대응 태도 자체가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는 판단이다.
특히 창업주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을 둘러싼 책임 회피 논란도 회의 소집의 주요 이유로 거론된다. 한국에서 매출의 90% 이상을 올리면서도, 핵심 책임자는 해외에 머물며 직접적인 사과나 설명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은 여론의 반감을 키웠다. 대통령실 관계자가 “제대로 손볼 것”이라고 언급한 배경에는 이런 누적된 불만이 자리하고 있다. 이 지점에서 쿠팡의 미국 로비 논란이 본격적으로 연결된다. 쿠팡의 대미 로비는 형식적으로 보면 불법이 아니다. 미국은 로비를 제도권 정치 참여로 인정하고 있으며, 로비스트 등록과 자금 보고 절차만 거치면 기업의 정치적 접촉이 허용된다. 그러나 문제는 이 제도가 자본력에 따라 발언권을 극단적으로 차별화한다는 데 있다. 쿠팡처럼 대규모 자본을 가진 기업은 다수의 로비스트와 대형 로펌을 동원해 의회, 행정부, 규제기관에 상시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반면 소비자 단체나 노동자, 중소 사업자는 같은 수준의 접근 자체가 어렵다. 그 결과 정책 결정 과정은 공익이나 사회적 합의보다 자본의 이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로 굳어진다. 합법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당화되기에는 민주적 균형이 지나치게 무너져 있다.

대미 로비가 만든 외교 변수와 민주주의의 왜곡
이번 대통령실 회의에는 외교·안보 라인도 함께 참석했다. 김진아 외교부 2차관과 오현주 국가안보실 3차장이 자리한 가운데, 쿠팡 정보 유출 사태가 한미 관계의 변수로 비화할 가능성에 대한 대응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핵심 관계자들과 공화당 일각에서 한국 정부의 대응을 “미국 기업에 대한 차별”로 규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데, 그 배경에 쿠팡의 대미 로비가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트럼프 1기 행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보좌관은 현지 시간 23일 X를 통해 한국 국회가 쿠팡을 공격적으로 겨냥하고 있으며, 이는 공정위의 추가적인 차별적 조치와 미국 기업들에 대한 규제 장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매출 대부분을 올리는 기업이, 국내에서 발생한 대규모 정보 유출 책임을 대미 로비로 방어하려는 모습은 무책임하다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기업의 법적·사회적 책임 문제를 외교 갈등의 틀로 끌고 가는 전략은 국민 정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로비 구조가 민주주의 전반에 남기는 부정적 신호다. 미국의 입법·행정 결정은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되는 경우가 많다. 특정 기업의 이해가 반영된 정책은 다른 나라의 소비자 보호 수준과 노동 기준에도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 과정에서 한국 소비자와 노동자의 목소리는 거의 반영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발생한 문제임에도, 결정의 무대는 워싱턴이고 접근 가능한 주체는 거대 기업뿐이다. 이는 대표성과 책임성이라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을 동시에 훼손한다.

이번 쿠팡 사태는 개인정보 유출이라는 단일 사건을 넘어, 대기업의 책임 인식과 국가의 통제 권한, 글로벌 로비 구조의 한계를 동시에 드러냈다. 셀프 조사 발표, 책임 회피 논란, 대미 로비까지 이어진 대응은 오히려 사태를 키우는 결과를 낳았다. 대통령실의 강경한 기류는 분명하다. 글로벌 기업이라는 이유로 국내 책임을 피해 갈 수는 없다는 것이다. 쿠팡의 미국 로비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하지만, 이 사례는 분명한 질문을 던진다. 정책은 시민을 위해 존재하는가, 아니면 자본을 위해 설계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 한, 쿠팡 사태와 같은 논란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