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남아프리카공화국 백인 학살론’을 다시 언급하며 G20 정상회의 불참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는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아프리카 첫 G20 개최의 역사적 의미를 훼손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2025년 11월 22일부터 23일까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에서는 역사적인 G20 정상회의가 열린다. 이번 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으로 개최되는 G20으로, 주제는 ‘연대, 평등, 지속가능성(Solidarity, Equality, Sustainability)’이다. 세계가 협력과 포용을 논의할 자리지만, 개막을 앞두고 국제사회를 긴장시킨 인물이 있다. 바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다. 그는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Truth Social)’을 통해 “남아공에서 백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다”며 “그런 나라에서 G20을 여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정부는 어떠한 관료도 이번 회의에 보내지 않을 것”이라며 사실상 불참을 선언했다. 그러나 문제는 트럼프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제사회는 이번 발언을 “선거용 극우 선동”이자 “외교적 결례”로 규정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트럼프, 다시 꺼낸 ‘백인 학살’ 음모론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백인 학살(White Genocide)’은 오래전부터 극우 커뮤니티에서 퍼져온 근거 없는 음모론이다. 남아공에서 백인 농부들이 흑인들에게 조직적으로 살해당하고 있다는 주장인데, 여러 국제기구와 현지 언론들은 이를 “통계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허구”로 규정하고 있다.
남아공의 범죄율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피해자는 인종을 불문하는 것으로 백인뿐 아니라 흑인·혼혈 모두 범죄의 피해자가 되며, 인종별 살해율을 봐도 백인이 더 높다는 통계는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는 이를 ‘백인 박해의 증거’로 포장하며, 극우 백인층의 불안과 분노를 자극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같은 전략은 새로운 것은 아니다. 2018년에도 트럼프는 남아공 정부의 토지 재분배 정책을 “백인 농장 몰수”라고 주장했지만, 실제로는 경제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합법적 제도 개혁이었다. 그는 복잡한 사회문제를 인종 대립으로 단순화해, “백인이 피해자”라는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이번 발언에서도 같은 맥락이 반복된다. 트럼프는 “아프리카너(유럽계 정착민 후손)들이 학살당하고 있다”며 “그들의 땅과 농장이 불법 압류되고 있다”고 주장했지만, 남아공 정부와 국제 인권단체는 이를 전면 부인했다.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트럼프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남아공의 폭력 문제를 인종 갈등으로 왜곡하는 위험한 발언”이라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의 발언은 국내 정치용 선동으로 보인다. 그는 외교보다 국내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남아공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는 것이다.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G20 — 아프리카 첫 정상회의의 상징성과 일정 개요
트럼프의 발언이 더욱 논란이 된 이유는, 이번 G20이 갖는 역사적 의미를 훼손했기 때문이다. 2025년 G20 정상회의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사상 처음 열리는 회의로, 개최지는 남아공 최대 경제도시인 요하네스버그(Johannesburg)이다.
📍 2025 G20 정상회의 개요
- 개최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 개최 기간: 2025년 11월 22일(토) ~ 23일(일)
- 주제: 연대(Solidarity), 평등(Equality),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
- 특징: 아프리카 대륙에서 처음 개최되는 G20이며, 글로벌 사우스의 목소리를 전면에 반영
이번 회의는 그동안 ‘선진국 중심 경제협의체’로 불리던 G20의 틀을 넘어, 포용적 세계경제’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목표로 한다. 남아공 정부는 이 회의를 통해 개발도상국과 저소득 국가의 입장을 반영하고, 기후위기·부채문제·무역 불균형 등을 세계가 함께 해결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질 계획이다.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준비 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은 아프리카의 참여 없이는 완성될 수 없다. 이번 회의는 인류 전체의 협력을 위한 새로운 장이 될 것이다.”
이번 회의에는 미국, 중국, 일본, 독일, 인도, 한국 등 20개 주요국 정상과 EU, AU(아프리카연합) 대표단이 참석할 예정이다. 또한 청년 포럼(Y20), 여성 포럼(W20), 시민사회 포럼(C20) 등도 병행 개최되어, 사회 각계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구조가 마련됐다.따라서 이번 G20은 단순한 경제정상회담을 넘어, ‘아프리카 시대’의 상징적 출발점이자 국제협력의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트럼프의 불참 발언은 이러한 긍정적 의미를 왜곡하고, 아프리카 대륙에 대한 서구 중심적 편견을 강화시켰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공분을 사고 있다.

외교 참사와 ‘트럼프 리스크’의 귀환
트럼프의 외교 스타일은 이미 익숙한 좌충우돌 ‘충돌형’이다. 그는 이미 1기 행정부 시절 기후변화 협약 탈퇴, WHO 탈퇴 위협, 나토 분담금 압박, 파리협정 거부 등으로 국제공조를 흔들었다. 이번 남아공 G20 불참 시사 역시 그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라마포사 대통령과의 불화는 오래된 문제다. 트럼프는 2024년 백악관 회담 당시 갑자기 백인 농부 살해 영상을 상영하며 라마포사를 곤혹스럽게 만들었고, 이는 전 세계에서 ‘21세기 외교 참사(Diplomatic Disaster)’로 회자되는 비정상적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같은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핵심 지지층인 극우 백인·기독교 보수층·농장주 집단에게 이 이슈는 정치적 연료이기 때문이다. “백인이 피해받고 있다”는 내러티브는 트럼프에게 선거 전술의 일부이며, “언론이 나를 탄압한다”는 피해자 프레임과 결합되어 강력한 결속 효과를 낸다.하지만 그 결과는 미국의 외교적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유럽연합(EU)과 아프리카연합(AU)은 이미 “트럼프의 발언은 G20 정신과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에서 “트럼프가 다시 세계무대에서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며 “그의 리더십 아래 미국은 ‘America First’가 아닌 ‘America Alone(고립된 미국)’으로 전락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트럼프의 이번 행동은 국제협력보다 국내 정치적 이해를 우선한 행태이며, 다시금 ‘트럼프 리스크’가 부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는 협력을 택하지만, 트럼프는 여전히 분열을 택한다
다가오는 2025 요하네스버그 G20 정상회의는 인류가 공동의 미래를 논의하는 역사적 무대이다. ‘연대·평등·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는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기후위기·빈곤·인류 복지 향상이라는 공동 목표를 향한 약속이다. 그러나 트럼프의 불참 발언은 이 상징적 회의를 정치적 도구로 전락시켜 버린 좋지 않은 관례를 남겼다.
남아공 언론들은 “트럼프는 아프리카를 동등한 파트너로 보지 않는다. 여전히 식민주의적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비판했다. 이는 단순한 발언이 아니라, 서구 정치인 일부가 여전히 ‘비서구 세계를 협력 대상이 아닌 통제 대상’으로 보는 인식이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트럼프의 불참은 G20의 목적을 훼손하지 못할 것이다. 오히려 그의 부재는,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인 ‘연대와 평등’의 가치를 더욱 선명하게 대비시키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백인 학살’ 주장은 국제정치의 현실을 왜곡한 위험한 선동이다. 그의 불참 발언은 남아공을 향한 비난을 넘어, 세계 협력체제에 대한 도전이자 미국 리더십 붕괴의 징후로 읽힌다. 2025년 요하네스버그 G20은 아프리카의 첫 무대이자, 인류가 함께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상징적 회의이다. 그 의미를 희석시키는 발언은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세계는 이제 트럼프의 언어가 아닌, 연대의 언어로 대화해야 한다. 그것이 21세기의 진정한 G20 정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