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 냉부해 논란, 국민의힘 ‘잃어버린 48시간’의 허와 실
2025년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이재명 대통령 부부의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이 논란이 됐다. 국민의힘은 이를 ‘잃어버린 48시간’이라며 강력히 비판했지만, 실제 촬영 시각과 대응 일정을 살펴보면 정쟁화의 측면이 크다. 사건의 흐름과 여론 변화, 그리고 정치권의 대응을 중심으로 살펴 보겠다..
사상 초유의 국가 전산망이 마비된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이후,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거센 논란을 불러왔다. 9월 28일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 추석 특집을 촬영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은 “국가적 재난 중에 예능을 찍은 대통령”이라며 ‘잃어버린 48시간’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반면 대통령실은 “허위사실 유포”라고 반박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정치적 과잉공세”라 지적했다. 정치권의 첨예한 공방 속에서 이번 논란은 위기 대응의 실체보다, 정치적 프레임 전쟁으로 변질된 사건이 되었다.

‘잃어버린 48시간’ 논란의 전말
사건의 시작은 9월 26일 밤 대전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발생한 화재였다. 국가 전산망이 일시적으로 마비되면서 일부 행정 서비스가 중단되는 등 큰 혼란이 이어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당시 미국 뉴욕 유엔총회 일정을 마치고 귀국 중이었으며, 대통령실은 “귀국 후 밤새 상황을 점검했다”고 밝혔다. 논란의 불씨는 9월 28일로 옮겨갔다.
이날 오전 대통령은 10시 50분 긴급 비상대책회의를 주재, 각 부처로부터 복구 상황을 보고받았다. 그런데 같은 날 오후, 대통령 부부가 JTBC 예능 ‘냉장고를 부탁해’ 촬영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국민의힘이 즉각 반응했다. 주진우 의원은 “재난 중 예능 촬영이라니, 국민 앞에 사과하라”며 ‘잃어버린 48시간’이라는 프레임을 던졌다. 대통령실은 “28일 오후 예능 녹화 후 17시 30분 중대본 회의를 직접 주재했다”며 사실관계를 명확히 했다. 그러나 정확한 촬영 시각을 처음부터 밝히지 않은 점은 불신을 키웠다. 야당은 이를 “회의 시간을 예능 일정에 맞춰 조정한 것”이라 주장했고, 대통령실은 “부처 점검을 위한 조정이었다”고 반박했다. 결국 화재 발생(26일) → 완진(27일) → 비상대책회의(28일 오전) → 예능 촬영(28일 오후) → 중대본 회의(28일 저녁) 순으로 확인됐다. 이는 대통령의 대응 공백을 입증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대통령실의 소통 부재가 야당의 공격 명분을 제공한 점도 있다.

여론의 흐름과 방송 반응
논란이 커지자 코리아정보리서치가 10월 7~8일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적절하다’ 43.0%, ‘부적절하다’ 46.5%로 나타났다. 국민 여론은 분명히 비판적 시각이 우세했지만, 절반 가까운 응답이 중립 혹은 긍정적이었다.
흥미로운 점은 시청률은 8.9%로, ‘냉장고를 부탁해’가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다는 것이다. 이 수치는 비판 여론과 별개로 국민들이 방송 자체에는 관심을 보였다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방송 예정일(10월 5일)이 국가공무원 발인일과 겹친다며 JTBC에 방영 연기를 요청했고, 프로그램은 하루 미뤄진 10월 6일 밤 10시에 방영되었다. 그러나 방영 후 JTBC 유튜브 댓글이 대거 삭제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언론 통제’ 논란까지 번졌다. 국민의힘은 “국민이 고통받을 때 대통령은 웃고 있었다”고 비판했고, 민주당은 “소통 행보를 왜곡한 정치공세”라며 맞섰다. 일부 중도층 여론은 “예능 출연은 논란의 소지가 있지만, 대통령의 행보 전체를 정쟁 소재로 삼는 것은 지나치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들은 대통령의 행보보다 정치권의 공방에 더 피로감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이 논란이 결국 국민 공감의 문제가 아닌 정치 세력 간의 싸움으로 인식된 이유이다.
법률과 정치, 명예훼손과 정쟁만 남았다.
대통령실은 주진우 의원의 발언을 “명백한 허위사실 유포”로 규정하며 법적 대응을 검토했다. 이에 따라 핵심 법적 쟁점은 ① 명예훼손의 성립 요건, ② 대통령기록물 공개의 가능성, ③ 정쟁화의 문제 세 가지이다.
① 명예훼손 논점
형법 제307조에 따르면 ‘허위사실을 적시해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처벌 대상이 된다. 주 의원이 제시한 ‘28일 오후 촬영설’은 사실로 확인되었지만, ‘재난 방기’, ‘허위 브리핑’ 등 단정적 표현은 허위사실 적시로 간주될 여지가 있다. 반면 야당은 ‘공익 목적의 의혹 제기’임을 강조하며 형법 제310조(공익성 면책)을 주장할 수 있다.
② 대통령기록물 공개 논란
야당은 28일 회의록 공개를 요구했지만, 대통령기록물법에 따라 최대 15년간 비공개 지정이 가능하고,
공개를 위해서는 국회 3분의 2 동의나 법원 영장이 필요하다. 즉, 즉각적인 공개 요구는 법적으로 현실성이 없는 절차였다. 이런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도 공개 압박을 이어간 것은 정치적 계산이 깔린 행보로 해석된다.
③ 정쟁화의 문제
국민의힘은 대통령의 도덕성과 위기 대응 리더십을 비판하며 연일 공세를 펼쳤다. 그러나 문제는 사실 검증보다 프레임 전쟁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잃어버린 48시간’이라는 표현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결국 실질적 근거보다 정치적 이미지에 의존한 공격이었다. 결과적으로, 이번 사안을 공론의 장이 아닌 정쟁의 도구로 소비한 셈이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대통령의 예능 출연’이 아니라 그 사건을 다루는 정치권의 태도였다. 공식 타임라인에 따르면 대통령은 28일 오전 회의를 열고 오후 중대본 회의를 주재했다. 즉, 위기 대응의 공백이 입증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국민의힘은 연일 “48시간의 행방”을 부각하며 정치적 책임을 과도하게 확대했다. 이는 비판의 정당성을 넘어선 정쟁화였다. 반면 대통령실은 초기에 명확한 일정 공개를 주저하며 불필요한 의혹을 키웠다. 양측 모두 국민 신뢰 회복보다는 정치적 유불리에 집중한 셈이다. 정치의 역할은 비판을 통해 책임을 묻는 것이지만, 그 비판이 사실보다 프레임에 기댈 때 국민은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느낀다. 이번 사태는 그 전형적 사례다. 결국, 이번 ‘냉부해 논란’은 대통령의 판단보다 정치권이 어떻게 위기를 이용했는가를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재난 대응보다 정쟁이 먼저 움직인 정치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48시간’ 같은 프레임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