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은 왜 유튜버들의 성지가 되었나? 이유와 현실, 부천시 대응
부천역 일대가 유튜버들의 ‘조회수 맛집’으로 불리며 자극적 콘텐츠의 중심지가 되고 있다. 이에 부천시는 TF를 구성해 기행 방송 근절과 도시 이미지 회복에 나섰다. 왜 부천이 유튜버들의 성지가 되었고, 현재 어떤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 그 배경과 정책 대응에 대하여 알아보겠다.

유튜버들의 ‘조회수 전쟁터’, 부천역의 현실
최근 몇 년 사이, 경기도 부천시는 뜻하지 않게 유튜버들의 성지로 불리게 되었다. 특히 부천역 앞 광장은 지금 ‘조회수 전쟁터’라 불린다. 거리에는 카메라와 삼각대를 든 크리에이터들이 끊임없이 등장하고, 시민들은 방송 중인 사람들을 피해 다니는 일이 일상이 되었다.
부천역 일대에서 촬영되는 방송의 상당수는 막장 콘텐츠로 분류된다. 욕설, 시비, 폭력, 과도한 노출 등 자극적인 장면을 담은 콘텐츠는 높은 조회수와 슈퍼챗 수입을 노리는 일부 유튜버들에게 황금 시장으로 인식된다. 이들은 시청자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부천역 효과’를 믿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방송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도시의 평온은 사라졌다. 주민들은 “아이와 함께 걷기 무섭다”, “밤마다 고성방가가 들린다”라며 불안을 호소한다. 상인들은 유튜버들이 식당 앞에서 싸움을 벌이거나, 손님들을 몰래 촬영하는 등으로 인해 매출이 급감했다고 전한다.
일부 점포는 ‘촬영 금지’ 안내문을 내걸고 손님보다 카메라를 더 경계하고 있다. 실제 사건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25년 9월, 부천 원미구의 한 상가 계단에서 여성 유튜버가 생방송 중 남성 유튜버를 흉기로 찔러 구속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개인 간의 다툼이 아니라, “콘텐츠 경쟁이 인간적인 선을 넘어섰다”는 상징적 사례로 회자되었다. 이후 부천을 향한 조롱성 댓글이 폭주하며, “부천은 어떤 도시길래 이런 일이 매번 일어나냐”는 말이 온라인을 도배되기도 했다. 결국 부천의 이름은 ‘문화 도시’가 아니라 ‘기행의 도시’로 불리게 되기에 이른 것이다. 도시의 이미지 정화가 시급한 시점이 되었다.


왜 하필 부천인가 — 유튜버가 몰린 진짜 이유
부천이 유튜버들의 촬영 중심지가 된 것은 단순한 우연이 아닌 지리적·경제적·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유튜브 친화적 도시’라는 독특한 구조로 만들어 진 것이다.
부천은 서울과 인천 사이에 위치해 교통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지하철 1호선, 7호선, 경인선, 그리고 향후 개통될 GTX-B 노선까지 이어져 서울 도심까지 30분 이내에 접근할 수 있다. 이동의 편리함과 더불어, 서울보다 임대료가 30~40% 저렴하다. 이는 신인 유튜버나 중소 크리에이터들이 부담 없이 편집실이나 촬영 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는 큰 장점이다.
또한 부천은 1990년대 ‘PC방의 도시’로 불릴 만큼 인터넷과 게임 문화의 중심지로 자리 잡았다. 디지털에 익숙한 20~30대 인구가 많고, IT 기반 시설과 광대역 인터넷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다. 이러한 환경은 자연스럽게 1인 미디어 창작의 토양이 되었다. 실제로 2024년 기준, 약 3,000명의 개인 방송인이 부천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이는 인구 80만 명 대비 약 270명당 1명꼴이다. 서울(1200명당 1명), 부산(1500명당 1명)보다 훨씬 높은 수치이다.
부천의 상동지구는 카페, 음식점, 공원, 영화관 등이 밀집된 복합 상업지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지역은 야외 촬영·먹방·인터뷰 콘텐츠에 적합한 공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조명 환경과 전기 접근성이 좋고, 인적 왕래가 많아 ‘현장감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평가되면서 유튜버들이 ‘부천=촬영하기 좋은 도시’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결국 ‘유튜버들의 성지’라는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부천시의 대응 — “기행 방송, 이제 끝내겠다”
잇따른 논란과 사고가 계속 되자 결국 부천시가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2025년 10월 9일, 부천시는 공식적으로
‘부천역 일대 이미지 개선 전담팀(TF)’을 구성하고 3단계 종합대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대책은 시설 정비, 공동체 협력, 제도 개선의 세 가지 축으로 구성된다.
부천시는 부천역 광장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촬영이 어렵도록 공간을 개편한다.
- 광장 내 경계석과 U자형 볼라드(길말뚝) 제거
- 중앙 조형물 철거를 통해 촬영 삼각대 설치 공간 최소화
- 불법 전력 사용 단속 및 조명 설치 제한
이 조치는 “부천역을 방송 스튜디오가 아닌 시민의 공간으로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부천시는 원미경찰서와 협력해 순찰 인력을 강화하고, 상인 네트워크를 구축해 실시간 신고 체계를 운영할 계획을 세웠다. 또한 문화예술단체와 협력해 거리 공연·전시·음악회 등 건전한 문화행사를 열어 ‘기행 방송의 성지’라는 오명을 벗고 ‘디지털 문화도시 부천’ 이미지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민과 상인의 피해를 공식 접수할 수 있는
민원 상담 창구를 상시 운영하며, 관련 조례를 개정해 특별사법경찰이 직접 단속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 중이다.
이로써 단순 민원 수준을 넘어, 실질적인 법적 제재 체계가 가동될 전망이다.


부천은 오랜 시간 동안 변화의 도시였다. 영화제의 도시에서 출발해 산업화·문화화를 거쳐 지금은 디지털 미디어 도시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콘텐츠의 자유가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으로 치닫는 부작용이 온 것이다. 이제 부천이 마주한 과제는 명확하다. 유튜버의 창작 자유를 보장하면서도 시민의 안전과 평온을 지키는 균형의 해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부천시의 TF 구성이 실효성 있게 작동한다면, 부천은 다시금 “기행 방송의 성지”가 아닌 “건전한 1인 미디어 문화의 중심 도시”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실효있는 정책과 단속이 따라야 할 것이다.